양조간장과 진간장, 요리에 따라 다른 간장의 쓰임새
주방에 놓인 간장 한 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그거지" 하며 아무거나 쓰지만,
요리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간장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국물이 맑아야 하는 북엇국에 진간장을 넣었다가
국물이 탁해져 난감했던 기억,
제육볶음에 양조간장을 넣었더니 밍밍했던 맛,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레시피 블로거로서 저는 이런 ‘작은 차이’가
음식의 전체 분위기를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양조간장과 진간장의 본질적인 차이부터,
조리 방식과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활용법까지
정리하고자 합니다.
1. 간장의 태생부터 다르다 – 양조간장 vs 진간장의 성분 차이
요리 초보라면 두 간장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양조간장은 ‘발효의 간장’
양조간장은 전통 간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대두, 밀, 소금을 섞어 최소 6개월 이상 발효시켜야 하고,
자연에서 천천히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맛은 부드럽고, 짠맛보다 깊은 향과 감칠맛이 먼저 느껴집니다.
색은 맑은 갈색이며, 향도 자극적이지 않아 생채소에도 잘 어울립니다.
진간장은 ‘산분해 혼합간장’
진간장은 이름만 보면 진한 양조간장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는 산분해 공법으로 콩 단백질을 분해한 액상에
양조간장을 일부 섞어 만든 혼합간장입니다.
제조 속도는 빠르고, 맛은 강렬하며 짠맛이 먼저 올라옵니다.
색은 어두운 갈색에 가깝고, 향도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요리에서 진간장을 사용하면
색과 간이 빠르게 입혀지고, 재료에 존재감을 남깁니다.
요약하자면,
- 양조간장은 부드럽고 향기로운 발효간장
- 진간장은 색이 진하고, 짠맛이 강한 간장
그렇기 때문에 조리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조리 방식에 따른 간장의 실전 구분
간장의 역할은 단순히 ‘간을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색을 내고, 향을 더하고, 재료를 어우르며
음식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심축이 되기도 합니다.
[국물 요리 – 맑게 유지할 것인가, 진하게 조릴 것인가]
맑은 국에는 양조간장이 어울립니다.
대표적으로 북엇국, 미역국, 뭇국 등은
국물이 투명하고 감칠맛이 부드러워야 하는데,
진간장을 넣으면 색이 탁해지고 맛이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예: 북엇국 → 양조간장 1큰술 + 소금 마무리
미역국 → 양조간장 1.5큰술 + 참기름 + 다진 마늘
진한 국물에는 진간장이 적합합니다.
김치찌개나 감자탕처럼 진한 국물에는
진간장이 맛을 강하게 잡아주며 다른 양념과도 잘 어울립니다.
예: 김치찌개 → 진간장 1큰술 + 고춧가루 + 마늘
감자탕 → 진간장 2큰술 + 된장 + 들깻가루
[볶음 요리 – 재료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다]
고기볶음에는 진간장
센 불에서 빠르게 조리하는 요리는
짧은 시간 안에 간이 배야 하고, 재료에 색을 입혀야 하므로 진간장이 적합합니다.
진간장은 팬에 닿자마자 증발하며 불향을 잡고,
고기 잡내 제거에도 효과적입니다.
채소볶음에는 양조간장
가지나물, 애호박볶음 같은 채소 볶음에는 양조간장이 좋습니다.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려주고, 과도한 짠맛 없이 은은한 향을 더해줍니다.
예: 제육볶음 → 진간장 2큰술 + 고추장 + 설탕
가지볶음 → 양조간장 1큰술 + 들기름 + 다진 마늘
[조림 요리 – 색과 깊은 간이 중요하다면 진간장]
조림 요리의 핵심은 간장입니다.
장조림, 감자조림, 메추리알조림처럼
재료에 짙은 색과 간이 배야 하는 요리는 진간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조간장을 쓰면 색이 연하고 맛이 약해져 조림답지 않은 결과가 나옵니다.
단, 두부조림처럼 부드러운 조화를 중시하는 요리는
양조간장과 진간장을 섞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예: 달걀장조림 → 진간장 3큰술 + 물엿 + 통마늘
두부조림 → 진간장 2 + 양조간장 1의 비율
[무침, 양념장 – 생재료와 바로 만날 땐 양조간장]
양념장이 바로 식재료에 닿는 요리는 간장의 질감과 향이 중요합니다.
도토리묵, 생채소 무침, 연두부 등에 진간장을 쓰면
짠맛이 너무 앞서고 재료의 섬세함을 해칠 수 있습니다.
양조간장은 자연 발효 향이 살아 있고,
은은하게 재료를 돋보이게 합니다.
예: 도토리묵무침 → 양조간장 2큰술 + 고춧가루 + 식초 + 깨소금
쌈장 → 고추장 + 된장 + 양조간장 1작은술 + 참기름
3. 요리별 간장 사용 정리표
요리 이름 | 추천 간장 | 사용 이유 |
---|---|---|
북어국, 미역국 | 양조간장 | 맑은 색감 유지, 깔끔한 감칠맛 강조 |
김치찌개, 감자탕 | 진간장 | 강한 국물 풍미와 자극적인 맛 형성 |
제육볶음, 소불고기 | 진간장 | 색 입히기, 빠른 간 맞추기, 불향 시너지 효과 |
가지볶음, 애호박볶음 | 양조간장 | 채소 본연의 맛 살리며 자극 줄이기 |
장조림, 감자조림 | 진간장 | 졸일수록 진해지는 색과 간, 장기 보관에도 유리 |
두부조림 | 혼합 (6:4) | 진간장으로 색, 양조간장으로 부드러운 마무리 |
연두부, 생채소 무침 | 양조간장 | 생 재료에 직접 닿아도 순하고 부담스럽지 않음 |
고기튀김 소스, 간장치킨양념 | 진간장 | 색 진하고 농축된 맛이 양념의 중심이 됨 |
정리 – ‘간장’이라는 한 단어를 더 정밀하게 나눌 때, 요리는 변한다
간장을 구분해 쓰기 시작한 건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레시피 블로그를 운영하며 수많은 요리 실험을 해본 결과,
간장을 바꿨을 뿐인데 음식의 인상이 확 달라진다는 걸 매번 느끼곤 합니다.
양조간장은 부드럽고,
진간장은 확실하며,
이 둘은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요리에 따라, 재료에 따라, 조리 시간과 방식에 따라
그 선택은 아주 분명하게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간장 1큰술”이라고 적지 마세요.
진간장인지, 양조간장인지 정확히 적어보세요.
그 한 문장이 누군가의 요리에 훨씬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습니다.
[요약정리]
항목 | 양조간장 | 진간장 |
---|---|---|
제조 방식 | 자연 발효 | 산분해 + 혼합 |
색감 | 맑고 밝은 갈색 | 어두운 진갈색 |
맛의 방향 | 부드럽고 은은함 | 강하고 짠맛이 도드라짐 |
추천 요리 | 국, 무침, 채소볶음 | 찌개, 조림, 고기볶음, 양념 |
향의 존재감 | 은은함, 재료 중심 | 간장 중심의 요리 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