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은 김치와 장류, 국물요리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전통 발효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식습관의 변화와 함께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양념,
환경 친화적 발효 조미료, 지속 가능한 식문화 대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젓갈 없이 감칠맛을 구현하는 법’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고구마 덩굴의 발효 응용입니다.
고구마 덩굴은 흔히 음식보다는 사료나 퇴비로 여겨지던 식물성 부산물이지만,
과거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이를 절이고 발효시켜 감칠맛이 나는 김치 양념이나 나물조미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식물성 재료를 통해 전통 발효음식의 깊은 맛을 구현하려는 선조들의 지혜였던 셈입니다.
이 글에서는
- 고구마 덩굴의 영양적·발효학적 가치,
- 실제 발효 양념 제조 실험과 특징,
- 젓갈 대체 양념으로서의 응용 가능성
을 바탕으로 전통을 현대 식문화에 접목한 고급 발효 조미료 복원을 시도합니다.
1. 고구마 덩굴, 왜 발효에 적합한가?
1-1. 고구마 덩굴이란?
고구마 덩굴은 고구마 줄기와 잎을 통칭하는 말로, 생육 중 광합성과 양분 축적을 담당합니다.
잎은 연하고 섬유소가 풍부하며, 줄기는 전분과 당류, 미네랄을 포함한 복합 탄수화물 구조의 식물성 조직입니다.
성분명 | 기능 및 설명 |
---|---|
당질 | 젖산균의 에너지원, 발효 촉진 |
식이섬유 | 장 건강, 미생물 환경 안정화 |
미량 아미노산 | 글루탐산, 아스파르트산 유도체 형성 가능 |
칼륨, 마그네슘 | 삼투압 조절, 자연 염 기능 |
클로로필, 폴리페놀 | 산화 방지, 색 변화 완충 |
따라서 고구마 덩굴은 단백질 함량은 낮지만, 발효 환경을 조성하고 감칠맛을 유도할 수 있는 자연 자원으로 기능합니다.
1-2. 발효 전통 속 고구마 덩굴 활용 사례
문헌/구술 사례
- 전라남도 영암, 고흥, 경남 남해 등지에서는 고구마 잎을 소금에 절이고 묵혔다가 김치나 조림에 사용했다는 민속 기록이 존재
- 『한국식 생활문화연구』(2017)에서는 “김장을 젓갈 없이 하기 위해 고구마잎 절임을 넣고 감칠맛을 유도했다”는 구술 자료 인용
➡ 젓갈이 부족하거나 구할 수 없는 시절, 고구마 덩굴은 식물성 감칠맛의 대체재 역할을 해 왔으며,
이는 오늘날 비건 식문화에서 다시 재해석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2. 고구마 덩굴 발효 양념 만들기
2-1. 준비 재료
> 기본 재료 (1kg 기준)
- 고구마 덩굴 (줄기+잎) 500g
- 천일염 30g
- 정제수 200ml
- 마늘 1큰술 (기호)
- 생강즙 소량 (산화 방지 및 항균 보조)
- 고춧가루, 찹쌀풀, 다진 양파 (양념화 시 활용 가능)
> 도구
- 유리병, 항아리, 천 덮개, 고무줄
- 소독용 주걱, 깨끗한 채반
2-2. 제조 과정
- 손질 및 세척: 고구마 덩굴을 깨끗이 씻고, 4~5cm 길이로 절단합니다. 껍질은 제거하지 않아도 무방하나, 억센 부분은 제거합니다.
- 데치기: 팔팔 끓는 물에 2~3분간 데쳐 풋내를 제거하고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뺍니다.
- 절임: 덩굴에 천일염을 뿌리고 6~8시간 절입니다. 하루 동안 둬도 좋으며, 이때 고구마 특유의 즙이 배어 나옵니다.
- 발효 담기: 절여진 덩굴과 정제수, 생강즙, 마늘을 함께 넣고 밀폐하지 않은 상태로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아 22~25℃에서 3~5일 발효시킵니다. ※ 하루 1~2번 저어줍니다.
- 양념화: 필요시 고춧가루, 찹쌀풀, 다진 양파 등을 넣어 김치 양념 형태로 가공합니다.
2-3. 발효 결과와 관능 분석
항목 | 발효 전 | 발효 후 (3~5일차) |
---|---|---|
색상 | 진녹색 | 갈녹색~갈색 계열 |
향 | 풀냄새, 풋내 | 구수한 향, 유산 발효 향기 |
질감 | 뻣뻣함 | 부드럽고 미끈한 점질 |
맛 | 심심한 쓴맛 | 짭조름 + 은은한 감칠맛 + 산미 |
>> 발효 후 유산균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글루탐산 유사 성분과 락트산이 생성되어 조미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응용: 고구마 덩굴 양념의 현대적 활용
3-1. 비건 김치 제조
젓갈을 쓰지 않고도 깊은 맛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발효 촉진제와 감칠맛 보조제가 필요합니다.
고구마 덩굴 발효 양념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김치 속 당분 분해 → 숙성 시간 단축
- 유산균 활성 → 젖산 발효 촉진
- 비린맛 없이 감칠맛 부여 → 비건 김치 완성
>> 적용 예시: 배추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백김치 등 모든 발효 김치류에 사용 가능
3-2. 조림, 나물, 쌈장 양념
응용 요리 | 사용 방식 | 기대 효과 |
---|---|---|
가지조림, 두부조림 | 간장 + 덩굴 양념 혼합 | 짠맛 줄이고 감칠맛 강화 |
도토리묵무침 | 초장 대신 사용 | 묵 특유의 밋밋함 보완 |
비건 쌈장 | 된장+덩굴양념 | 구수함 강화, 염도 조절 |
국물 요리 | 육수에 첨가 | 시원함과 산뜻한 감칠맛 추가 |
➡ 짠맛 없이도 감칠맛을 내며, MSG나 젓갈 없이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3. 저장성과 활용 범위
- 냉장 보관 시 2주 이상 풍미 유지
- 고춧가루 등과 혼합한 후 냉동 보관 가능 (최대 2~3개월)
- 액상 형태로 거른 후 조미료처럼 활용 가능
➡ 완성된 고구마 덩굴 발효양념은 ‘발효된 감칠맛 농축액’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정리: 전통의 식물성 발효, 미래의 조미료가 되다
고구마 덩굴은 흔히 지나치기 쉬운 농업 부산물입니다.
하지만 이 식물의 줄기와 잎에는 감칠맛과 발효 가능성을 품은 잠재력이 숨어 있습니다.
젓갈은 한식의 핵심 조미료였지만,
이제는 식물 기반 발효 양념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고구마 덩굴 발효 양념은
- 비건을 위한 선택이자
- 환경을 위한 실천이며
- 우리 발효 전통의 현대적 진화입니다.
당신의 부엌에서 고구마 덩굴을 다듬고 절이고, 기다리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식물성 감칠맛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