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오후였어요.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며칠 전에 사둔 손질 고등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아, 이거 조림 해 먹어야지.”
고등어조림은 사실 제겐 익숙한 요리예요.
자주 해봤고, 실패한 적도 거의 없고, 가족들 반응도 늘 괜찮은 편이라,
‘오늘도 대충 감으로 해도 잘 나오겠지’ 하고 무심코 꺼냈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매번 맛이 조금씩 다르지?”
“오늘은 무가 짜고, 지난번엔 싱거웠고…”
“같은 재료를 쓰는데도 결과가 왜 이럴까?”
그렇게 제 안의 궁금증이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는 곧, ‘요리 실험’으로 이어졌고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바로 이 글이 되었어요.
1. 장보기부터 다르게: ‘이번엔 실험이다’
원래 장 보러 나갈 땐 대충 적당히 생각하고 가요.
그날그날 냉장고 상황 보면서 무슨 재료 필요한지만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번엔 정말 실험 정신으로 나섰어요.
- 손질된 고등어 1마리
- 단단한 무 (들어봤을 때 묵직한 아이로)
- 싱싱한 대파
- 매운맛 담당 청양고추
-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설탕, 맛술, 참기름은 집에 있음
재료는 전부 두 조림에 똑같이 사용할 양만 준비했어요.
양념 하나까지도 동일해야 제대로 된 비교가 되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준비물 하나!
계량스푼과 계량컵, 전자저울
이날만큼은 요리에 있어서 ‘감’은 잠시 내려놓고,
‘수치의 정밀함’과 ‘기억에 남을 감성 요리’ 두 가지를 정면 비교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실험 준비 – 요리는 실험보다 정직하다]
실험이란 말, 다소 거창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요리라는 것도 결국엔 온도, 시간, 양, 반응이라는 요소들의 조합이잖아요?
그 모든 걸 한 번 정확하게 수치화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처럼 감으로 하는 요리도 너무 좋지만,
블로그에 레시피를 올릴 때마다, 독자분들께 항상 똑같은 질문을 받아요.
“스푼으로 몇 숟갈 정도 넣으셨나요?”
“물이 몇 ml 들어가야 그 농도가 되나요?”
그럴 때마다 저도 애매했거든요.
“이게 한 스푼 반쯤이었나... 두 스푼은 넘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오늘은 그 애매함을 확실히 벗어나보기로 한 거예요.
“과연 정확한 계량과 손의 감각 중 어떤 게 더 맛있을까?”
[재료 준비 – 같은 환경, 같은 조건, 같은 마음]
먼저 무를 손질했어요.
무는 한입 크기로 자르되 1cm 두께로 통일했어요.
두껍게 썰면 속까지 간이 배지 않고,
너무 얇으면 조리는 사이 무가 퍼져버리니까요.
고등어는 손질된 걸 사 와서
반으로 자른 2토막으로 준비 완료.
그리고 대파, 청양고추는 나중에 향과 마무리용으로.
다진 마늘은 마트에서 산 다진 제품,
양념은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맛술, 참기름, 후추 준비.
이 모든 걸 두 냄비에 동일하게 나눠 사용할 예정이었어요.
2. 조리 1) – 계량 조림: 한 스푼, 한 ml, 한 번만
양념장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느꼈어요.
“계량, 귀찮지만 재밌다.”
한 스푼 한 스푼 정확하게 떠서 그릇에 넣으면서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계량 양념장 레시피 (2인 기준)]
- 진간장 3큰술
- 고춧가루 1.5큰술
- 설탕 1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맛술 2큰술
- 참기름 0.5큰술
- 후추 톡톡
한데 모아서 미리 섞어두니, 색도 향도 참 예쁘더라고요.
이 양념을 무 위에 올려둔 고등어에 조심스럽게 부었어요.
그리고 정확하게 물 200ml 계량해서 넣고,
중불에서 끓이기 시작.
[조림 포인트 – 시간은 말하지 않지만 맛은 기억한다]
- 5분 후
보글보글 끓기 시작.
계량 덕분인지, 국물의 농도와 양념의 향이 깔끔하게 떠올랐어요. - 10분 후
무의 색이 살짝 투명해지고,
고등어의 겉면이 살짝 조려진 느낌. - 15분 후
국물이 자작해지기 시작했고,
이쯤에서 대파와 청양고추 투입! - 20분 마무리
뚜껑을 열고 국물을 한 수저 떠봤는데,
진심으로 감탄했어요.
“이건 밖에서 먹는 고등어조림보다 깔끔한데?”
양념이 고등어에 너무 잘 스며들었고,
무는 간이 겉과 속까지 균일하게 배어 있었어요.
단맛, 짠맛, 고추 향… 모든 게 조화로웠어요.
3. 조리 2) – 감조림: 손맛은 기억에 의존한다
이번엔 손에 익은 방식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늘 해오던 그 느낌으로" 요리를 시작했어요.
계량스푼? 치워두고,
“간장은 병째로 툭툭”,
“고춧가루는 손끝으로 살짝 쥐었다가 털듯”,
“마늘도 그냥 한 큰 술 퍼서 넣고”—
그야말로, 감각에만 의존한 요리였어요.
[양념 비율은?]
사실 저도 딱히 “몇 숟갈 넣었다”라고 말하기 어려웠어요.
그저 눈으로 보고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넣은 거니까요.
하지만, 조리하면서 계속 간을 보게 되더라고요.
국물 맛을 봤을 때 “어, 좀 짜다” 싶어서 물을 좀 더 붓고
그러다 “간장이 너무 희미해졌나?” 싶어 간장 한 스푼 추가하고…
정말 감각의 연속이자 수정의 연속이었죠.
[감조림의 조림 과정 – ‘익었나?’의 연속]
처음엔 괜찮았어요.
오히려 조림 속도가 계량보다 빠르게 느껴졌어요.
불 조절이 약간 강해서였는지 국물이 금방 줄기 시작했고,
무의 색도 금세 진해졌죠.
그런데 문제는 “언제 불을 줄여야 할까?”
“국물 간이 이 정도면 괜찮을까?”
확신이 없으니까 계속 맛보고, 국물을 떠보고,
심지어 중간에 숟가락으로 무를 잘라가며 안이 익었는지 체크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리 시간도 정확히 못 쟀어요.”
분명 15~20분 사이였는데,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감조림의 맛은 어땠을까?]
한입 먹자마자, 남편이 말했어요.
“이건 완전 밥도둑이다~ 무에서 단짠이 팍팍 올라오네.”
맞아요.
조금 짜고, 조금 달고, 아주 진한 맛이었어요.
계량 버전보다 자극적이면서도, 뭔가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 같은 정겨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확실했어요.
- 무는 겉은 짭짤한데 안은 싱거웠고
- 고등어는 양념이 진하게 밴 부위와 안 밴 부위가 분명했어요
- 국물은 맛있지만 약간 짜서 밥이 필수였고요
한마디로 말하면,
“정성스럽지만, 통제 불가능한 요리”였어요.
[두 버전의 고등어조림, 맛 비교 총정리]
항목 | 계량 고등어조림 | 감 고등어조림 |
---|---|---|
맛의 균형감 | 전체적으로 일정하고 정갈함 | 부위마다 강약 차이 큼 |
간의 깊이 | 부드럽게 스며드는 정제된 간 | 짠맛, 단맛이 즉각적으로 강하게 느껴짐 |
국물 맛 | 깔끔하고 조화로움 | 진하고 자극적이지만 강함 |
무의 익힘 정도 | 안팎이 고르게 익고 간이 배어 있음 | 겉은 짜고 속은 덜 배어 있음 |
재현 가능성 | ★★★★★ (레시피 복제 가능) | ★☆☆☆☆ (그날그날 다름) |
가족 반응 | “깔끔하고 고급진 맛” | “밥이랑 먹기엔 이게 찐!” |
추천 상황 | 블로그 레시피용, 손님 대접 | 평일 집밥, 나만의 손맛 요리 |
정리: 요리는 결국 내 입맛을 찾아가는 여정
이번 고등어조림 비교 실험을 통해
저는 요리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어요.
그전까진
"감으로 하면 더 맛있어"
"익숙하면 계량 따윈 필요 없어"
이런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계량해서 만든 조림을 맛보았을 때 느꼈어요.
“정확한 수치는 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신뢰가,
요리를 더 편하게 하고, 블로그를 보는 분들께도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물론 감으로 만든 조림도 맛있었어요.
그날의 감성과 상황에 따라
가족 입맛에 딱 맞는 요리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의 제 결론은 이거예요.
"기본은 계량으로 잡고, 마무리는 감으로 조절하라."
이 방식이야말로
레시피를 정리하려는 블로거에게도,
따뜻한 손맛을 지키려는 가정 요리사에게도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균형점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님께
혹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요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이신가요?
아니면 요리를 꽤 해오셨지만
매번 맛이 조금씩 달라져 고민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제 실험 기록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처럼 “감”에만 의존해 요리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감각을 믿고 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계량을 해보니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어요.
요리는 결국,
내 가족과 나를 위한 정성의 표현이니까요.
한 번쯤 계량도 해보고,
내 손맛도 살려보며
‘나만의 조리법’을 찾아보세요.
아마 그 과정이,
요리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레시피 요약 – 계량 고등어조림 (2인 기준)]
> 재료
- 고등어 1마리 (반토막 2개)
- 무 150g (1cm 두께로 썰기)
- 대파 1/2대
- 청양고추 1개
- 물 200ml
> 양념장
- 진간장 3큰술
- 고춧가루 1.5큰술
- 설탕 1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맛술 2큰술
- 참기름 0.5큰술
- 후추 약간
> 조리 순서
- 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고등어를 올린다.
- 섞어둔 양념장을 부어준다.
- 물 200ml를 부은 후 중불에 올린다.
- 끓기 시작하면 중 약불로 줄이고 15분 조림.
- 국물을 끼얹어가며 고등어 표면이 마르지 않게 조림.
- 마지막 5분 전에 대파, 청양고추 넣고 마무리.
> TIP
- 무 두께는 일정하게 썰어야 간이 고르게 배어요.
- 조리는 중불→중 약불 순서가 이상적이에요.
- 국물 농도가 너무 진하면 물을 한 큰 술씩 추가로 조절하세요.
[응용 팁 – 감조림을 계량으로 바꾸는 요령]
- 평소 사용하는 숟가락의 크기부터 파악해 보세요.
(일반 밥숟가락 ≒ 계량 1큰술과 비슷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 다진 마늘, 고춧가루는 종이컵 기준으로 눈대중 연습해 보세요.
- 국물의 짠맛은 간장이 아니라 '물의 양'이 좌우한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 익숙해지면 계량과 감조절의 하이브리드가 최고의 무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