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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김치전 한 장 – 바삭함을 찾아 헤맨 어느 저녁의 기록

by Amelia7 2025. 4. 19.

 

김치전 관련 사진
김치부침개

 

김치전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냉장고 속 신김치만 있어도 부칠 수 있고,
복잡한 재료 없이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겉은 눅눅하거나, 간이 약하거나,
김치 맛 외엔 다른 풍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김치전도 많습니다.

이번 글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만든 김치전에서 느낀 아쉬움,
반죽부터 조리까지 세심하게 바꿔본 두 번째 시도,
바삭하고 감칠맛이 살아 있는 김치전을 만들기까지의 기록,
그리고 조리 과정을 통해 다시 느낀 요리에 대한 마음
을 담아 정리한 조리 일지입니다.


 

1. 밀가루 김치전 – 익숙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한 장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뭔가 따뜻하고 기름진 것이 당겼지만
거창하게 요리할 기운은 없었습니다.
그럴 때 자주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전이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자
며칠 묵혀서 시큼한 향이 올라오던 김치가 보였고,
부침가루도 반 봉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무언가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조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손이 자연스럽게 반죽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주 기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사용한 재료]
- 밀가루 1컵
- 김치 1컵 (잘게 썰기)
- 김치국물 3스푼
- 물 약간
- 식용유

 

팬을 달군 뒤 기름을 살짝 두르고,
반죽을 넓게 펴서 부쳤습니다.
부침이 끝났을 땐 겉은 노릇했고 냄새도 좋았지만
막상 먹어보니 겉은 쉽게 눅눅해졌고,
속은 살짝 질척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간도 약간 약한 듯했고,
무엇보다 ‘김치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김치 이외의 풍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김치전의 원래 맛이었나?’
입안에 맴도는 이물감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엔 한 장만 먹고,
다음날 다시 부쳐보기로 결심했습니다.


2. 다시 부친 김치전 – 반죽, 재료, 온도까지 바꾼 두 번째 시도

다음날은 아침부터 부엌이 분주했습니다.
전날의 아쉬움이 마음에 남았는지
이번에는 처음부터 신경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밀가루 대신 부침가루를 사용했고,
속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찹쌀가루를 조금 섞었습니다.
김치 외에도 양파와 청양고추를 더해
자연스럽고 은은한 단맛과 칼칼한 끝맛을 보완했습니다.

[재료 구성 (2~3인분 기준)]

재료 역할
부침가루 ¾컵 겉을 바삭하게 만드는 기본 재료
찹쌀가루 ¼컵 쫀득한 식감을 살림
김치 1컵 너무 익지 않은 신김치 사용
김치국물 3~4스푼 자연스러운 간 조절과 감칠맛 부여
양파 ¼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 보완
청양고추 1개 매운맛을 살짝 더해 뒷맛 정리
약 ½컵 반죽은 되직하게, 숟가락으로 천천히 흐를 정도로 조절
식용유 넉넉히 팬 바닥이 충분히 덮이도록 사용

찹쌀가루를 섞으니,
반죽이 훨씬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치국물 덕분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기본 간이 잘 맞았고,
양파는 자극적인 신맛을 자연스럽게 중화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3. 바삭한 김치전을 위한 조리법 – 가장 중요했던 건 '기름과 인내심'

이번엔 조리 방법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예열은 충분히, 기름은 넉넉히.
반죽을 올리기 전 팬을 중불로 2~3분 예열했고,
식용유는 망설이지 않고 넉넉히 둘렀습니다.
‘굽는다’라기보다 ‘지진다’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한 면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중간에 젓가락으로 뒤적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참았습니다.
기름이 팬 옆으로 모이고, 가장자리가 진갈색을 띠는 순간
천천히 뒤집었습니다.

그제야, 전이 제대로 부쳐졌다는 감각이 손끝으로 느껴졌습니다.

[비교 결과 –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들]

항목 첫 번째 시도 두 번째 시도
반죽 재료 밀가루 단독 부침가루 + 찹쌀가루 혼합
간 조절 김치에 의존 김치국물 + 양파로 자연스럽게 해결
식감 퍼지고 눅눅함 겉은 바삭, 속은 쫀득
풍미 신맛이 강함 감칠맛과 단맛, 매운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짐
조리법 기름 적고 조리시간 짧음 넉넉한 기름, 충분한 조리 시간
만족도 양념장 필수 양념장 없이도 맛있음

[김치전 부칠 때 자주 묻는 질문]

Q. 바삭하게 부치려면 꼭 부침가루를 써야 하나요?
→ 꼭 그렇진 않지만, 부침가루에는 바삭한 식감을 위한 전분이 함유되어 있어
좀 더 안정적으로 조리할 수 있습니다.

Q. 기름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 기름은 적게 사용하면 오히려 전이 팬에 달라붙고 눅눅해집니다.
조리 후 종이타월로 기름을 닦아내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Q. 김치가 너무 신맛이 강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양파를 추가하거나 김치국물 양을 줄여서 신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예 살짝 설탕을 한 꼬집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리: 김치전 한 장에 담긴 마음

김치전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삭하게, 맛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작은 선택들이 필요합니다.

그날 부친 김치전 한 장은
단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하루를 다독이고
나를 챙기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부엌 가득 퍼지는 김치전 냄새.
그 익숙한 향과 소리 속에서
소소한 위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조리 기록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