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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된장찌개 vs 내 방식 된장찌개

by Amelia7 2025. 4. 18.

된장찌개 관련 사진
된장찌개

 

누구에게나 그런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가족을 떠올리게 만들고, 냄새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식.

제게 그건 된장찌개였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에, 무거운 손맛 없이 조용히 끓여내는 그 한 냄비.

하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도 삶의 결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특히 엄마가 끓여주던 된장찌개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과 감정, 그리고 기억의 상징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직접 된장찌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리법도, 맛도, 그리고 찌개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그 두 가지 찌개에 대한 이야기이자, 엄마와 나의 삶, 기억, 그리고 요리의 차이에 대한 기록입니다.

같은 재료를 쓰지만 완전히 다른 온도를 가진 두 가지 찌개. 그 찌개를 찬찬히 끓이듯,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 보려 합니다.


레시피 1. 엄마표 된장찌개 – 조심스럽고, 정직한 국물

재료 (3인분 기준)

  • 감자 1개 (중간 크기, 큼직하게 깍둑썰기)
  • 애호박 ½개
  • 양파 ½개
  • 두부 ½모
  • 멸치육수 2컵
  • 집된장 1.5스푼
  • 고춧가루 아주 약간 (0.3스푼 정도)
  • 다진 마늘 아주 소량
  • 대파 약간 (선택사항)

[조리 순서]

  1. 멸치육수 우리기
    냄비에 마른 멸치 10마리와 다시마 한 장을 넣고, 물 3컵을 부어 약불에서 10분간 끓입니다.
    엄마는 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꼭 제거했는데, 국물의 잡내를 줄이기 위한 섬세함이었습니다.
    육수는 꼭 투명하게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된장 풀기
    엄마는 된장을 그냥 넣지 않고, 국물이 끓기 전 작은 체에 된장을 올리고 국물을 조금씩 떠가며 천천히 풀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된장 속 건더기가 남지 않고 맑고 균일한 국물 맛이 살아납니다.
  3. 야채 손질 및 투입
    감자 → 양파 → 애호박 순서로 손질합니다. 모든 재료는 크기가 일정해야 익는 속도가 맞습니다.
    된장을 푼 후,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감자를 먼저 넣고 5분 정도 익힙니다.
    이후 양파와 애호박을 차례로 넣습니다.
  4. 마무리 간과 두부 추가
    야채가 거의 익으면 두부를 넣고, 다진 마늘은 소량만 넣어 된장의 향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고춧가루는 색만 더해줄 정도로 살짝 뿌려줍니다.
  5. 불 끄기 전 마지막 체크
    간은 거의 필요 없지만, 싱겁게 느껴진다면 소금이나 국간장을 아주 약간 더해도 좋습니다.
    마지막에 대파를 올려 향긋함을 더하면 끝입니다.

엄마표 찌개가 주는 온도
엄마의 된장찌개는 언제나 같은 맛이었습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그 국물 맛은 늘 정확히 떠오릅니다.

  • 국물이 탁하지 않고 맑으며,
  • 짜지도 달지도 않고,
  • 향이 강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느낌.

엄마는 요리를 ‘감정’으로 하시지 않았습니다. 늘 똑같은 순서, 똑같은 방식.

하지만 그 반복 속에 안정과 위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밥상에 놓인 된장찌개 한 그릇이 가족 모두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기준점 같은 음식이었죠.


레시피 2. 나만의 된장찌개 – 즉흥적이고, 묵직한 위로

재료 (1~2인분 기준)

  • 감자 1개 (작게 썰기)
  • 양파 ¼개
  • 대파 ½대
  • 청양고추 1개 (선택사항)
  • 시판 된장 1스푼 + 집된장 ½스푼 (혼합)
  • 다진 마늘 1스푼
  • 들기름 1스푼
  • 돼지고기 앞다리살 약간 (50~70g)
  • 쌀뜨물 or 다시마 육수 2컵
  • 고춧가루 1스푼
  • 국간장 or 소금 약간

[조리 순서]

  1. 재료 볶기부터 시작하는 조리법
    들기름에 돼지고기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습니다.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과 들기름이 합쳐지면 찌개의 첫 풍미가 결정됩니다.
  2. 된장 투하 – 직화된장법
    고기가 반쯤 익었을 때 된장을 넣고 함께 볶습니다. 이렇게 하면 된장의 고소함과 구수한 향이 배가되며, 국물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3. 국물 붓기 & 야채 넣기
    쌀뜨물을 붓고, 감자와 양파를 먼저 넣습니다. 감자가 익을 때쯤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추가합니다.
  4. 마무리 간과 대파 넣기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대파를 송송 썰어 넣습니다.

나만의 방식, 그 안의 감정들
혼자 사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찌개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나를 다루는 방법’이 되어갔습니다.

엄마처럼 육수를 오래 우리지 않아도 괜찮았고, 된장을 정성스레 풀지 않아도 내 입에는 충분히 묵직하고 진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찌개는 계획 없이 만들어졌습니다.
퇴근이 늦은 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아무 생각 없이 냄비를 꺼내 만든 찌개.

조리 순서도, 계량도 대충이지만 그 국물은 이상하게 몸에 딱 맞았습니다.

맛이라는 건 단순한 완성도가 아니라, 그 순간 내가 필요로 했던 정서와 리듬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시피 3. 타협의 된장찌개 – 엄마의 기억, 나의 방식

재료 (2인분 기준)

  • 감자 1개
  • 애호박 ¼개
  • 양파 ¼개
  • 두부 ¼모
  • 집된장 1스푼 + 쌈장 0.5스푼
  • 멸치육수 1.5컵
  • 들깻가루 1스푼
  • 다진 마늘 ½스푼
  • 고춧가루 약간
  • 대파 송송

[조리 순서]

  1. 멸치육수 우리는 기본으로 시작
    엄마의 방식처럼 맑고 깊은 맛을 위해 멸치 육수를 우려냅니다. 다시마는 5분 이내에 건져내고, 멸치는 볶은 후 사용합니다. 익숙한 향이 코끝에 닿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2. 된장 + 쌈장 혼합하기
    이 조리법의 핵심은 된장에 쌈장을 살짝 섞어 풍미를 더하는 것입니다. 쌈장이 들어가면 감칠맛이 확 올라가고, 부드러운 단맛과 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집니다.
  3. 감자, 야채, 두부 넣기
    먼저 감자를 넣고 5분간 익힌 후, 양파와 애호박을 넣습니다. 야채가 익기 시작하면 두부를 작게 썰어 넣습니다. 이때 너무 세게 저으면 두부가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4. 들깨가루와 마지막 간
    국물의 마무리를 위해 들깨가루를 살짝 넣어 고소함을 더합니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시고, 마지막에 송송 썬 대파를 올려 향긋함을 더합니다.

두 찌개의 경계, 그리고 타협
이 조리법은 엄마와 나의 조리 방식을 적당히 조화시킨 레시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맑은 육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재료의 배합과 간은 보다 자유롭게 조절하여 감정과 취향이 공존하는 국물을 만들어냅니다.


정리: 된장찌개는 삶의 언어다

세 가지 방식으로 끓여본 된장찌개를 통해,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요리는 레시피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요.

엄마의 정갈하고 안정된 방식에는 가족을 돌보는 마음과 변하지 않는 집의 온도가 있었고, 저의 즉흥적인 방식에는 그날의 기분과 하루의 무게, 그리고 나를 위로하는 작은 위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방식을 타협하여 만들어낸 찌개에는 그 사이를 오가는 자신만의 기록과 유대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께 제안드립니다.

혹시 지금 주방에 서 계시다면, 된장찌개를 끓여 보시길 바랍니다.

정확한 계량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당신의 마음과 그날의 기분입니다. 국물이 짜더라도, 된장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의 당신이 만들어내는 한 그릇의 음식은 분명 당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요약정리 – 3가지 된장찌개의 특징 비교]

항목 엄마표 된장찌개 나만의 즉흥된장찌개 엄마+나의 타협 레시피
국물 베이스 멸치 육수 쌀뜨물/다시마물 멸치 육수
조리 방식 정돈된 순서, 체에 된장 풀기 볶기부터 시작, 직화된장 간단하지만 깔끔하게 유지
특징 맑고 은은한 국물, 정서적 안정 진하고 묵직함, 감정 해소 적당한 무게감 있는 조화
조미 요소 마늘 거의 없음, 고춧가루 최소 마늘·고춧가루 넉넉, 돼지고기 포함 쌈장 혼합, 들깨가루 추가
어울리는 순간 아침 식사, 가족과의 시간 스트레스 쌓인 날, 혼밥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저녁